국제우주정거장(ISS, International Space Station)은 1998년부터 인류가 지구 궤도에 구축한 최초의 장기 유인 우주기지이자 과학 실험 플랫폼입니다. 미국 NASA, 러시아 Roscosmos, 유럽우주국 ESA, 일본 JAXA, 캐나다 CSA 등이 정식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으며, 각국은 고유 모듈과 실험 공간을 운영합니다. 비록 한국은 ISS 정식 파트너국은 아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과학기술 및 국제협력 역량이 급격히 향상되며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중심으로 ISS 활용 기반 확대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한국의 ISS 활용 참여 방식, 과학자 실험 기회, 정책 동향 등을 기술적·정책적 관점에서 심도 있게 분석합니다.
1.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의 ISS 관련 전략과 기술 기반
(1) 간접 참여 방식과 다자협력 구조
KARI는 2010년대 중반부터 ISS 참여국들과의 과학기술 외교를 통해 간접적인 실험 기회와 협력 기반을 확대해 왔습니다.
이는 단순 기술교류가 아닌, 공식 자료 접근권 확보, 실험 데이터 공유, 기술 인증 절차 이해를 포함하는 고도화된 참여 방식입니다.
- NASA 협력: NASA Glenn Research Center 및 Johnson Space Center와의 기술 MOU 체결. 열유동 해석, 미세중력 내 생명유지 시스템 설계 알고리즘 공동 개발 진행.
- JAXA 협력: 일본 키보(Kibo) 모듈에서 수행된 식물 배양, 단백질 결정화, 미세조직 성장 실험에 한국 과학자 공동 참여. JAXA 실험 공모에 기술지원 형태로 간접 실험 설계 경험 확보.
- ESA 정보 공유: 유럽우주국 ESA의 EDR(Experiment Data Repository) 플랫폼을 통해 방사선 실험 및 금속 응고 실험의 원자료 접근 가능. 한국 연구진 일부가 알고리즘 보정에 참여.
이러한 간접 파트너십은 한국이 향후 ISS 민간 상업 모듈 입주국 또는 CLD(Commercial LEO Destinations) 참여국으로 전환하는 데 필수 기반이 됩니다.
(2) 우주환경시험 기술과 연계 인프라 구축
KARI는 2020년부터 국내 ISS 대응 기반 기술 확보를 위해 <우주환경시험 고도화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실제 ISS 모듈과 유사한 지상 시험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 우주방사선 실험 챔버: 고에너지 이온, 중성자, 전자 빔 기반 방사선 시험 시설
- 중력 해제 플랫폼(Simulated Microgravity System): 원심 회전 제거 방식의 유체 실험 베드
- 열진공 환경 챔버: ISS 외부 노출 실험(NanoRacks 장비 기준)을 가상 환경으로 모사
이러한 인프라는 ISS 탑재 실험장비(Flight Hardware) 사전 검증을 가능케 하며, 향후 NASA 또는 JAXA의 실험 승인 조건 중 하나인 <지상 테스트 완결성>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기술 자립 기반이 됩니다.
2. 국내 과학자의 ISS 실험 참여 현황과 성과
(1) 공동 실험 참여와 실험 설계 능력의 발전
비록 독립 모듈 운용은 불가능하나, 국내 과학자들은 ISS 실험 공모에 국제 공동연구자로 참여함으로써 실질적인 실험 설계와 데이터 분석 역량을 축적하고 있습니다.
- 서울대 약학대학 (2016): JAXA와 협력하여 우주 방사선 조건에서 항암물질의 화학적 안정성 및 열분해 메커니즘 분석 실험. 실험 결과는 지상 대조군과 비교하여 신약의 우주보관 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활용됨.
- KAIST 생명과학과 (2019–2021): ESA의 미생물 유전체 프로젝트에 참여. CRISPR 편집된 박테리아의 DNA 복구 능력을 우주 방사선 환경에서 분석. 한국팀은 유전체 시퀀싱 알고리즘과 단백질 접힘 예측 시스템을 담당.
- KIST 생명공학연구소 (2022): ESA와의 Tissue Chip 실험에 협력하여, 폐포 세포의 성장률, 산소교환 효율성, 세포 외 기질 단백질 분포 등을 분석. 이는 폐질환 치료 후보물질의 효능 검증 모델로서 기능함.
이러한 프로젝트 참여는 단순한 데이터 접근을 넘어서, 실험 제안, 설계, 장비 검증, 데이터 해석까지 참여하는 고도화된 모델입니다.
(2) 지상 ISS 시뮬레이션 연구의 확산
- KBSI: 미세중력 환경 내 대사체 분석 알고리즘 개발. NASA의 BioNutrients 실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주체류 기간별 영양소 대사 모델 구축.
- 고려대 생명과학과: 인체 피부세포의 우주 방사선 반응성 실험을 지상 방사선 환경에서 구현. 세포 사멸률, DNA 복구율, 후성유전학적 변화까지 시계열 분석.
이러한 시뮬레이션 기반 연구는 향후 실험 공모 시 설득력 있는 제안서와 탑재 우선순위 확보에 기여합니다.
3. 향후 전략과 정책적 방향: 독립에서 참여, 참여에서 기여로
(1) ISS 직접 입주와 민간 모듈 연계 가능성
현재 NASA는 2030년 이후 ISS를 해체하고, Axiom Space, Blue Origin, Voyager 등 민간 기업이 구축할 상업 우주정거장으로 운영을 전환할 계획입니다. 이에 따라 한국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전략을 수립 중입니다:
- CLD 프로그램 간접 참여: KARI, 한국연구재단, 산업부, 항우연이 협력하여 민간 우주정거장 실험 공모 준비. 생명과학, 반도체, 재료 실험 제안 가능.
- Axiom Space와의 초기 협상 개시(2024): 우주실험 장비 제작 기업(한국과학기술연구원 출자사) 및 KAIST와 함께 Axiom-2 모듈에 소형 실험기기 탑재 가능성 논의 중.
- 민간기업 참여 유도: 반도체, 식품, 바이오 업계를 대상으로 ISS 혹은 차세대 LEO 정거장에서 실험할 수 있는 기술 개발 유도 및 투자 조성.
(2) 국내 공공기관의 실험공모 프로그램 설계
- SPACE-K (가칭): 2025년부터 KARI가 운영 예정인 국내 ISS 연계 실험 공모 사업. 대학, 연구소, 중소기업이 참여 가능한 구조로, 실험 아이디어 → 하드웨어 개발 → 국제제안서 작성까지 일괄 지원.
- 우주 R&D 패키지 기획: 과기부는 ISS 실험과 관련된 R&D를 한국형 위성 실험 플랫폼(KPS, LUMIR 등)과 연계하여 우주과학-지상기술 융합 연구 모델로 확장하고 있음.
결론: 한국의 ISS 활용은 과학 독립성과 국제 기여를 향한 전략적 진화입니다
ISS는 인류의 가장 정교한 과학 실험 플랫폼이자, 우주 환경에서 인간과 물질, 생명과 기계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실험하는 미래 기술의 시험대입니다. 한국은 정식 파트너국은 아니지만, 간접 실험 참여와 기술 축적, 시뮬레이션 기반 연구, 국제공모 전략을 통해 단순 관찰자가 아닌 기술 기여자, 실험 설계자, 정책 주도자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핵심은 ISS 후속 민간 우주정거장(CLDS) 및 국내 독자 위성 플랫폼 개발과의 연계를 통해 ISS에서의 실험이 지상 산업과 의료, 소재 기술로 확산되는 완전한 기술전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